목차
1. 줄거리
2. 감상 포인트
3. 시리즈 메시지
넷플릭스 블랙미러 시즌7은 전작보다 훨씬 안정된 구성과 메시지로 돌아왔다. 최악의 시즌이었다는 평을 받았던 이전 시즌6에 비해서는 다시 블랙미러 다워 졌다는 평을 받고 있다. 출연진은 엠마 코린, 아콰피나, 피터 카팔디, 이사 레이 ,밀란카 브룩스, 펫시 페란,라시다 존스, 폴 지아마티 등이 나온다. 기술과 인간성 사이의 균열을 날카롭게 파헤치는 여섯 개의 에피소드는, 현실 사회와 닮은 듯한 미래를 통해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아래 에피소드 별 줄거리에 일정 부분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으니 주의해주세요.
1. 줄거리
에피소드 1: 보통 사람들 (Common People)
건설현장에서 일하는 마이크와 아동교사 어맨다는 결혼 3년 차 꿀이 뚝뚝 흐르는 잉꼬부부다. 매년 결혼기념일마다 추억의 장소 ‘더 주니퍼’를 찾아가 소소하게 둘만의 기념일을 보낸다. 하지만 어느 날, 어맨다가 뇌질환으로 쓰러지고 마이크는 그녀를 살리기 위해 의사의 권유로 신생 기업 ‘리버마인드’의 뇌 스트리밍 프로젝트에 어맨다를 참여시키고 치료를 맡기게 된다. 그녀는 뇌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게 되지만 그 뒤의 이야기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어맨다가 살아있기 위해 꼭 필요한 뇌 스트리밍 기술은 처음엔 간단한 편의만 제공하지만 요금제는 점차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높아지고, 감정과 기억마저 착취당한다. 마이크는 아내의 생존을 위한 요금제를 유지하기 위해 스트리밍 사이트의 스트리머가 되고, 결국 두 사람의 삶은 자본의 기술 서비스 시스템에 휘둘리는 처참한 현실로 변해간다. 마이크 역의 배우 크리스 오다우드는 절망과 사랑이 뒤섞인 감정을 탁월하게 연기하며 몰입도를 높였다.
에피소드 2: 베트 누아르 (Bête Noire)
마리아는 학창시절 알고 지냈던 괴짜 동창 베리티를 회사에서 다시 만나게 되고, 이후 주위 사람들과는 다르게 혼자만 현실과 기억이 어긋나는 이상한 현상을 겪는다. 회사에서 촉망받는 인재였던 마리아는 베리티가 오면서 부터 오히려 자신이 괴짜가 되어 사람들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점점 고립되어 간다. 알고 보니 베리티는 양자 컴퓨터로 특정 평행우주로 이동하는 기술을 개발해, 복수를 위해 마리아를 조종하고 있었다. 마리아 역 배우 시에나 켈리는 혼란과 공포, 분노를 동시에 표현하며 심리적 긴장을 세밀하게 끌어올렸다.
에피소드 3: 레버리 호텔 (Hotel Reverie)
경영난에 빠진 고전 영화 스튜디오는 ‘리드림’이라는 신생 기업의 제안으로 명작 영화 ‘레버리 호텔’을 리메이크하기로 한다.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리메이크가 아니라, 전체 영화를 시뮬레이션한 가상 공간 속에서 배우가 직접 연기하는 방식이다. 남자 주연을 구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여배우 브랜디가 남자 주연에 도전하고, 그녀는 가상현실 속에서 원작 캐릭터를 연기하기 시작한다. 원작의 여주인공인 클라라 역을 맡은 도로시 체임버스는 실제로는 예전에 죽은 여배우이지만, 가상현실 속에서 재탄생된 AI 캐릭터다. 자신은 이 시뮬레이션 상황을 실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가상현실 속 연기를 진행하던 중 갑작스러운 사고로 원작에서 벗어난 전개가 벌어지고, 브랜디는 점차 통제력을 잃는다. 가상과 현실의 경계가 무너지며, 두 여성의 관계와 감정은 점점 알 수 없는 묘한 분위기로 흘러간다. 도로시 체임버스역의 엠마 코린은 50년대 고전 여배우의 우아함과 감정까지 생생하게 소화해 찬사를 받았다.
에피소드 4: 장난감 (Plaything)
부랑자처럼 차려입은 한 노인이 편의점의 냉장고를 털다 경찰에 붙잡힌다. 경찰은 DNA 감식을 통해 노인이 예전에 일어난 토막 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임을 알게 되고, 노인은 경찰에게 순순히 연행된다. 수사관들은 그 노인을 직접 심문하게 되고 노인은 젊은 시절 '쓰롱렛'이라는 컴퓨터 게임에 빠져 들게 됐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 게임은 작은 생명체들을 키우며 번식시키는 게임이었는데, 그는 당시 환각제 복용을 통해 게임 내 캐릭터 쓰롱들의 언어를 알게 됐고 서로 교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후 노인은 쓰롱들이 전할 '메시지' 때문에 일부러 체포된 것이라고 하며, 그 메시지는 사람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기에 종이와 펜을 달라고 한다. 경감은 끝까지 줄 수 없다며 완고하게 대했지만 옆에 있던 심리상담사는 흥미롭다는 제스처를 보이며 노인의 반응을 끌어내기 위해 결국 종이와 펜을 주게 된다. 노인을 연기한 피터 카팔디는 냉정함과 광기를 오가는 연기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남겼다.
에피소드 5: 율로지 (Eulogy)
바닷가가 보이는 조용한 시골에서 혼자 지내고 있는 노년의 필립은 과거 연인 캐럴의 부고 소식을 접하게 된다. 이 연락은 캐럴의 딸 켈리가 어머니의 마지막을 의미 있게 보내고자 ‘율로지’ 서비스를 신청했기 때문이다. 에피소드의 제목인 ‘율로지’는 몰입형 장례체험을 제공하는 회사로, 고인과 관련된 사람들의 기억을 수집해 장례식 현장에서 고인을 생생하게 추모하기 위한 기술 서비스를 제공한다. 필립은 율로지의 기억을 복원하는 장치를 착용하고 그의 기억 속에서 AI 안내인의 도움을 받으며 자신의 과거를 찾아 떠난다. 하지만 필립은 캐럴과의 이별 이후 감정적 충격으로 그녀의 얼굴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상태였다. 그는 과거에 캐럴과 관련된 사진을 모두 없애고, 편지와 기록도 철저히 지워버린 탓에 추억을 불러올 수 있는 단서조차 거의 남아 있지 않았다. 이 장치를 착용한 필립은 시간이 지날수록 잊고 있었던 장면들을 하나씩 떠올리게 되고, 그 안에 숨겨져 있던 자신이 오래전 감추었던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노년의 필립 역 배우 폴 지아마티는 내면의 후회와 절절한 감정을 절제된 표현으로 그려내며 강한 여운을 남겼다.
에피소드 6: USS 칼리스터: 인피니티 속으로
시즌4 ‘USS 칼리스터’의 직접적인 후속편으로, 가상 인격체 나넷과 승무원들이 여전히 인피니티 게임 속 세계에 갇혀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플레이어 권한이 없는 상태에서 다른 유저들을 강도질하며 생존하고 있었고, 이에 대한 유저들의 신고가 이어지면서 문제가수면 위로 떠오른다. 회사의 프로그래머 두다니는 사태의 심각성을 보고하지만 경영진은 이를 무시하고, 결국 두다니는 사직 한다. 사건이 언론에 알려지자 CEO 월턴은 문제 해결을 위해 인피니티 시스템을 이해하는 현실의 나넷에게 협조를 요청한다. 가상의 나넷은 인피니티의 중심, 즉 게임의 코어로 접근하기 위해 가상 월턴을 찾아내고, 현실의 나넷 또한 게임에 접속해 두 명의 나넷이 게임 안에서 함께 움직이게 된다. 하지만 현실의 월턴이 이 상황을 막으려 하면서 게임 내에 총격전이 벌어지고, 팀원 한 명이 사망하는 사태로 이어진다. 가상의 월턴은 인피니티의 기원이 공동 창업자이자 개발자인 로버트 데일리의 가상 인격에 있었다는 사실을 밝히고, 가상의 나넷은 해결을 위해 코어로 향한다. 그곳에는 여전히 게임을 개발 중인 가상의 로버트가 존재하고 있었고, 나넷은 그에게 동료들을 위한 게임내 별도의 공간을 요청한다. 한편 그 시각 현실의 나넷은 교통사고를 당하며 의식불명에 빠지게 된다. 로버트는 나넷을 시스템에 붙잡아 두려하지만, 결국 나넷은 저항하며 중요한 결정을 내리게 된다.
2. 감상 포인트
시즌7은 이전 시즌6보다 훨씬 더 블랙미러답다는 평가를 받는다. 시즌6가 그렇게 나쁘진 않았지만 순수 판타지 호러 장르가 여럿 포진되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시즌7은 다시 블랙미러 본연의 주제로 돌아가 기술이 인간의 실존, 감정, 인식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중심에 두고 있으며 극단적 미래가 아닌 가까운 현실과 맞닿은 이야기들이 많다. ‘장난감’이나 ‘베트 누아르’는 공포 SF 장르에 가깝고, ‘율로지'와 ‘레버리 호텔' 은 감정선 중심의 감성적인 서사로 시리즈의 균형을 잡아준다. 엔딩이 충격적인 '보통사람들'은 바로 현재의 이야기라고 봐도 무방하다. 기술 그 자체보다 기술에 휘둘리는 인간을 조명하는 방식이 더 섬세해졌다는 평가가 많다. 개인적으로 블랙미러 시즌7의 작품성+재미 삼대장은 에피소드 3: 레버리 호텔, 에피소드 1: 보통 사람들, 에피소드 5: 율로지 순으로 순위를 매기고 싶다. 이번 시즌은 지난 시즌들과는 좀 다르게 드라마가 디테일해지고 강화된 것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더 깊은 여운이 남는다.
3. 시리즈 메시지
이번 시즌의 핵심 메시지는 단순하다. “기술은 인간의 존재와 감정을 대체할 수 있는가?” ‘보통 사람들’은 구독형 자본주의의 착취를, ‘베트 누아르’는 평행우주와 기억 왜곡을, ‘레버리 호텔’은 사랑이란 감정의 진정성과 가상의 충돌을 다룬다. ‘장난감’은 디지털 생명체와 인간의 경계를 무너뜨리고, ‘율로지’는 추억이 가진 왜곡과 후회의 감정을 되짚는다. 마지막 에피소드 ‘USS 칼리스터’는 가상인격과 현실의 경계가 붕괴된 세상에서 진짜 자아란 무엇인가를 질문하며 시즌을 마무리한다. 블랙미러 시즌8은 또 어떤 이야기로 우리에게 충격과 각성, 여운을 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