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감정을 참는 사람들은 왜 그럴까?
2. 억누른 감정은 어디로 향하는가
3.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심리적 재훈련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화가 나도 웃으며 넘기고, 슬픔이 밀려와도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 말끝마다 "괜찮아"라고 말하지만, 그 말의 뒤에는 말하지 못한 감정들이 숨어 있다. 이 글은 감정을 억누르는 사람들의 내면에 어떤 심리가 자리 잡고 있는지를 살피고, 자기감정을 건강하게 표현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실천법을 다룬다.
1. 감정을 참는 사람들은 왜 그럴까?
"아니야, 괜찮아." "나 그런 거로 화 안 나." 이런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이 있다. 다툼을 피하고, 갈등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겉으로 보기엔 어른스럽고 인내심 많은 사람처럼 보이지만, 정말 그 감정이 사라진 것일까? 많은 경우, 감정을 억누르는 사람들은 '갈등 회피' 또는 '안정 우선'의 사고방식을 갖고 있다. 심리학자 '해리 스타크 설리번'은 "사람은 대인관계 속에서 자기를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자아 방어 전략을 취한다"고 말한 바 있다. 감정을 억누르는 것도 그런 전략 중 하나다. 어린 시절 감정을 드러냈을 때 혼이 났거나, 표현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경험은 ‘감정은 드러내면 위험하다’는 신념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신념은 시간이 지나며 자기감정을 눌러두는 행동 양식으로 굳어진다. 예를 들어, 직장에서 상사가 아주 무리한 요구를 해도 웃으며 "네, 해보겠습니다"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속으로는 불편함을 느끼고 있지만, 감정을 드러내는 대신 자신을 낮추고 상황을 무마하는 쪽을 선택한다. 왜냐하면 감정을 표현하면 관계가 틀어질까 봐, 혹은 자신이 미성숙해 보일까 봐 두려운 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이들이 감정을 느끼지 않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더 예민하게 느끼고, 더 조심스럽게 간직한다. 단지 표현하지 않을 뿐. 이들의 '괜찮아'는 때로 무조건 ‘참아야만 한다’는 자기 암시일 수 있다.
2. 억누른 감정은 어디로 향하는가
감정은 물처럼 흘러야 건강하다. 억누른 감정은 사라지지 않는다. 마음속 어딘가에 쌓여 있다가, 엉뚱한 방향으로 새어나가거나 때론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폭발한다. 심리학자 '브렌 브라운'은 "감정을 억누르면 그 감정은 변형되어 우리 삶의 다른 영역에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억누른 감정은 가장 먼저 자기 자신에게 향한다. 누군가에게 분노를 느끼지만 표현하지 못할 경우, 그 감정은 자기 내부로 향하며 자책이나 무기력으로 변할 수 있다. 또한 억눌린 감정은 나중에 더 큰 폭발로 이어지기도 한다. 평소엔 참다가 어느 날 작은 일에 갑자기 격해지는 경우가 그 예다. 겉으로는 사소한 일에 과민 반응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오랫동안 눌려왔던 감정의 총합이 터진 것이다. 또한 억눌린 감정은 관계를 피로하게 만든다. 감정을 솔직히 나누지 못하면 상대는 당신의 진짜 상태를 파악할 수 없다. 표면적으로는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속에는 "왜 나만 참아야 하지?"라는 서운함이 쌓인다. 그 서운함은 반복되며 관계의 균열로 이어진다. 이처럼 감정을 억누른다는 건 단지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나 자신을 지치게 하고, 중요한 관계마저 소진시키는 '조용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감정은 숨기는 게 아니라, 돌볼 대상이다. 감정을 억누르는 것과 조절하는 것은 분명 다르다. 억누른 감정은 통제된 것이 아니라, 일시적으로 숨겨졌을 뿐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심리학자 '수잔 데이비드'는 "감정을 무시하는 사람일수록 그것에 휘둘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감정을 무시하면, 그것은 나를 통제하는 힘으로 작용할 수 있다. 억눌린 감정이 쌓이면, 결국 어느 순간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분출되거나, 자신을 향한 과도한 비난으로 이어지기 쉽다.
3. 감정을 표현하기 위한 심리적 재훈련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표현하려면, 감정 표현에 대한 오랜 믿음부터 점검해야 한다. 감정을 드러내면 미성숙해 보일 것 같다는 생각, 표현하면 갈등이 생길 것 같다는 불안, 이런 생각들이 감정을 닫아두게 만든다. 그렇다면 그 닫힌 문을 어떻게 다시 열 수 있을까?
첫째, 감정에 이름 붙이기 연습을 시작하자. '지금 이건 불편함인가?, 슬픔인가?, 아니면 서운함일까?' 감정 표현이 익숙하지 않은 사람들은 자신의 감정을 구체적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루 중 감정의 흐름을 짧게 메모해 보는 것도 좋다. 예 : '오전 회의 때 긴장', '점심시간에 외로움', '퇴근 무렵 짜증'. 단순해 보이지만 이 기록은 감정에 대한 민감도를 높이고, 표현의 실마리를 제공한다. 둘째, 소극적인 표현부터 시도해보자. 꼭 큰소리로 감정을 말하지 않아도 된다. "지금 이 말씀은 좀 부담스럽네요", "제가 이런 상황에 익숙하지 않아서요"처럼 '나의 상태'를 설명하는 문장부터 시작하자. '너'가 아닌 '나'로 시작하는 문장은 방어적 반응을 줄이고, 감정을 부드럽게 전달하는 데 도움이 된다. 셋째, 감정을 표현한 뒤에는 반드시 자신을 칭찬해 주자. 작은 말 한마디라도 꺼낸 것 자체가 변화의 시작이다. 익숙하지 않은 감정 표현은 늘 불안과 동반되지만, 그 불안을 넘는 순간 스스로에 대한 신뢰가 조금씩 쌓인다.
넷째, 감정을 표현해도 괜찮은 '안전한 사람'을 찾아 연습해 보자. 친구, 상담사, 혹은 감정을 잘 들어주는 지인이 될 수 있다. 처음부터 모든 관계에서 감정을 드러내기는 어렵다. 하지만 작은 안전지대에서 연습을 반복하면, 점차 더 넓은 관계로 확장할 수 있다. 다섯째,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자. 감정을 표현하다 보면 오해도 생기고,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도 생긴다. 하지만 그 경험 속에서도 배움은 생긴다. 감정을 억누르는 삶이 아닌, 감정을 주체적으로 표현하는 삶은 시행착오와 함께 성장해 간다. 심리상담 전문가 '이보연 소장'은 "감정을 억누른다는 건, 스스로를 외면하는 것과 같다. 감정은 표현될 때 비로소 나에 대한 이해로 이어진다"고 말한다. 즉, 표현이야말로 나를 돌보는 가장 직접적인 방법이다. 처음엔 어색할 수 있다. 하지만 감정을 억누르던 사람일수록, 표현을 통해 얻게 되는 내면의 자유는 훨씬 더 크다. 감정은 약점이 아니라, 나의 진심이 담긴 신호다. 그 신호를 존중하는 법을 익힐수록, 우리는 타인과의 관계에서도 더 깊고 안정적인 연결을 만들 수 있다. 감정은 마음의 숨결과 같다. 숨을 참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듯, 감정을 억누른다고 해서 사라지는 것도 아니다. 이제는 그 숨결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조금씩 표현하는 연습을 시작해 보자. 감정을 표현하는 건 기술이 아니라 습관이다. 처음엔 낯설지만 반복하면 자연스러워진다. 나의 진짜 감정을 숨기지 않고 꺼내는 순간, 우리는 비로소 진짜 '자기 삶'을 살 수 있다. 감정을 드러낸다는 건 결코 약함의 표시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내 마음을 이해하려는 성숙한 용기다. 스스로 억눌러왔던 감정이 말로 나올 수 있을 때, 그제야 우리는 진짜 소통을 시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언제나 '괜찮다'는 척을 멈추는 데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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