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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심리학

타인을 통제하려는 욕구의 배경은

by spooninfo 2025. 8. 9.

통제 욕구 관련 사진 이미지

 

목차

 

1. 통제 욕구는 왜 생겨나는가
2. 통제하려는 마음은 어떻게 인간관계를 왜곡시키는가
3. 통제 욕구를 인식하고 내려놓는 심리 전략

"나는 그저 도와주려 했을 뿐인데, 왜 저렇게까지 거부하지?", "왜 저 사람은 내 말을 잘 받아들이지 않는 걸까?" 누군가를 위해 한 말과 행동이 상대에게 '간섭'이나 '지시'처럼 받아들여진 경험, 누구나 한 번쯤 있다. 타인을 향한 통제 욕구는 때로 '관심', '책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위장되어 나타나지만, 그 뿌리를 따라가 보면 훨씬 더 복합적인 심리적 배경이 숨어 있다. 이 글에서는 우리가 왜 타인을 통제하고 싶어 지는지, 그 마음이 관계 속에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리고 그것을 내려놓기 위해 어떤 심리 훈련이 필요한지를 함께 살펴본다.

 

1. 통제 욕구는 왜 생겨나는가

누군가를 통제하고 싶은 마음은 종종 분노처럼 갑작스럽게 솟구치는 경우가 많다. 말투가 단호해지고, 행동이 먼저 앞서고, 상대가 내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안절부절못하게 된다. 이런 감정의 출발점은 대체로 '불안'이다. 통제 욕구는 불확실한 상황을 견디기 어려울 때, 또는 내가 직접 움직일 수 없는 현실에서 생기는 긴장감 속에서 자라난다. 즉, 누군가를 내가 예상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면, 세상이 조금 더 예측 가능해질 것 같고, 내 삶이 덜 흔들릴 것 같다는 착각이 자리 잡는다. 이런 통제 성향은 자주 '책임감'이나 '배려심'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다. 특히 가족관계나 연인 사이에서 더 자주 드러난다. "나는 너를 위해 말하는 거야", "이게 다 네가 더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같은 말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정작 그 안에는 '내 방식이 더 옳다'는 전제가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즉, 상대의 의견을 먼저 듣거나 선택을 믿기보다, 내가 정해준 방식으로 따라오게 해야 마음이 놓이는 것이다. 어린 시절의 경험도 통제 욕구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감정 표현이 억제되거나, 늘 부모의 기준에 맞춰야 했던 환경에서 자란 사람일수록 타인을 평가하고 관리하려는 경향이 강해질 수 있다. 자율성과 신뢰를 충분히 경험하지 못한 사람은 타인의 선택도 불안하게 느끼게 된다. 그래서 그 불안을 없애기 위해 일방적인 '말하기', '지시하기', '개입하기'를 반복하게 된다. 심리학자 '줄리언 로터(Julian Rotter)'는 통제 위치(locus of control) 연구에서 "사람은 삶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자신이 통제할 수 있다고 믿는 영역을 더 강하게 붙잡으려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통제하고 싶은 마음은 외부를 향하고 있지만, 그 뿌리는 내면의 불안과 무력감에 가깝다. 이를 자각하지 못하면, 관계에서 반복적으로 충돌을 일으키게 되고, 결국 자신도 지치게 된다. 중요한 건 통제 욕구를 내려놓고, 더 건강한 방식으로 관계를 바라보는 일이다.

 

2. 통제하려는 마음은 어떻게 인간관계를 왜곡시키는가

타인을 통제하려는 마음은 처음엔 '도움'이나 '관심'처럼 보이기도 한다. 상대를 위한 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절당하거나 반발이 생기면 의아함과 섭섭함이 동시에 밀려온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시간이 지날수록 관계에 균열을 만들게 된다. 왜냐하면 상대방 입장에서는 '존중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가령 친구가 중요한 결정을 하려 할 때, 끊임없이 조언하고 방향을 제시하며 "이게 낫다", "그건 하지 마라"는 식으로 말하면, 친구는 점점 자신의 선택이 무시당한다고 느끼게 된다. 연인 관계에서도 비슷하다. 반복되는 간섭과 개입은 처음엔 의존이나 보호처럼 느껴질 수 있지만, 결국엔 자율성과 신뢰가 사라진다. 타인이 나를 하나의 '주체'로 대하지 않을 때, 관계의 균형은 무너진다. 통제하려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나는 잘되라고 하는 건데 왜 거부하지?"라는 생각이 들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방식이다. 조언이나 제안도 상대의 공간을 열어둔 상태에서 건넬 때, 그것은 도움이 된다. 반면, 상대의 선택지를 제한하거나, 비판하는 등의 말과 행동을 반복하면 그것은 통제가 된다. 그리고 통제는 필연적으로 저항을 낳는다. 상대방은그 저항감을 말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거리를 두거나 감정을 닫는 방식으로 나타낼 수도 있다. 또한, 통제는 장기적으로 관계를 소모시킨다. 상대는 더 이상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지 않게 되고, 통제하는 사람도 "왜 내 말은 자꾸 무시당하지?"라는 불만에 빠진다. 이런 악순환 속에서는 서로가 서로에게 피로해지고, 결국 소원해진다. 임상 심리학자 '수전 데이비드(Susan David)'는 저서에서 "타인을 통제하려는 마음은 종종 사랑이나 보호의 포장지를 쓰지만, 결국 상대방의 자율성을 침해해 관계를 약화시킨다"고 경고했다. 이처럼 통제는 관계의 흐름을 부정적으로 바꾸는 아주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다. 내 기준의 좋은 의도만으로는 관계가 지속되지 않는다. 그 의도를 어떻게 표현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3. 통제 욕구를 인식하고 내려놓는 심리 전략

 

통제 욕구는 감정이기보다는 '반사적 반응'에 가깝다. 그래서 자각과 훈련을 통해 충분히 조절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통제하려는 마음의 뿌리 살피기'다. 타인을 통제하고 싶은 순간, 그 마음이 어디서 출발했는지를 먼저 확인해 보는 것이다. 예를 들어, 팀원이 내가 의도한 방식과 다른 방법으로 일을 진행할 때, 불쑥 개입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왜 지금 개입하려고 하는지'를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그 안에는 불안, 실망, 신뢰 부족 등 다양한 감정이 숨어 있을 수 있다. 감정의 출발점을 알면, 개입할지 말지를 선택하는 폭이 넓어진다. 이를 위해 짧게라도 상황을 기록하거나, 순간적으로 심호흡하며 생각을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두 번째는 '내가 자주 쓰는 통제 표현 파악하기'다.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쓰는 표현에는 통제의 패턴이 숨어 있다. 예를 들어 "그렇게 하면 안 돼", "내가 말한 대로 해", "그건 별로야" 같은 문장이다. 이런 말을 다른 방식으로 바꿔보는 훈련을 해본다. "내 생각엔 이런 방법도 있을 것 같아", "혹시 이렇게 해보는 건 어때?"처럼 제안형으로 표현을 전환하는 것이다. 말의 강도를 부드럽게 낮추는 것만으로도 관계의 긴장은 크게 줄어든다. 더 나아가, 대화 후 스스로 "내가 방금 한 말이 선택권을 준 말이었나?"를 점검하면, 점차 통제적 말투에서 벗어날 수 있다. 세 번째는 '선택을 맡기는 연습'이다. 의견이나 방향을 제시했다면, 이후에는 상대가 스스로 결정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하 직원에게 업무 방법을 설명했다면, 결과를 기다리며 중간에 불필요한 간섭을 하지 않는다. 답답하고 마음이 조급해질 수 있지만, 이 감정을 견디는 것이 핵심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상대방이 스스로 선택하고 책임지는 경험을 쌓게 되며, 이는 서로에게 신뢰의 기반이 된다. 처음에는 작은 사안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회의 자료의 디자인이나 일정 조율 같은 비핵심 영역에서 선택을 맡기고, 점차 범위를 넓혀간다. 마지막은 '관계의 역할 구분하기'다. 특히 가족이나 가까운 관계일수록 모든 일을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에 빠지기 쉽다. 예를 들어, 자녀의 학업부터 취미, 배우자의 직장 문제, 친구의 개인적인 고민까지 모두 내 영역처럼 끌어안는 경우가 그렇다. 겉으로는 '도와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상대의 결정권을 빼앗고 내 방식대로 상황을 움직이려는 통제일 수 있다. 역할을 구분한다는 것은 '누가 책임져야 하는 문제인지'를 명확히 나누는 것이다. 가정에서는 각자의 집안일 역할표를 만들어 내가 맡을 부분과 상대가 맡을 부분을 시각적으로 구분할 수 있다. 직장에서는 프로젝트별 담당자를 분명히 하고, 그 사람이 맡은 일에 불필요하게 개입하지 않는 원칙을 세운다. 친구 관계에서도, 상대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에는 가벼운 조언만 하고 실행은 그 사람의 몫으로 남겨둔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도움'과 '개입'의 차이를 구분하는 것이다. 도움은 요청이 있을 때 제공하는 것이고, 개입은 요청이 없어도 내 판단대로 움직이는 것이다. 역할의 경계를 분명히 하면,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책임감에서 벗어날 수 있고, 상대 역시 자신의 영역에서 성장할 기회를 얻는다. 결국 통제 욕구는 경계가 흐려졌을 때 강해지지만, 경계를 명확히 하는 순간 자연스럽게 약해진다. 이 모든 전략의 핵심은 '내 방식이 옳다'는 생각을 내려놓는 것이다. 타인의 선택과 방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연습은 처음엔 어렵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관계를 훨씬 더 유연하고 건강하게 만든다. 상대방에 대한 통제 욕구를 줄이는 것은 곧 신뢰를 세우는 일이며, 그 신뢰는 오래 지속되는 안정적인 관계의 토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