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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심리학

무속에 심취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특징

by spooninfo 2025. 8. 11.

무속에 빠지는 사람 관련 사진 이미지

 

목차

 

1. 무속 신앙에 끌리는 심리적 배경
2. 불확실한 상황에서 작동하는 인간의 심리
3. 무속 의존이 가져오는 자율성의 상실
4. 무속에 흔들리지 않는 판단력과 실행 습관 만들기

인생의 갈림길에서 선택을 해야 할 때, 어떤 이들은 종교나 철학을 찾고, 또 어떤 이들은 무속 신앙에 눈길을 돌린다. 길흉화복을 점치는 행위나 의례가 단순한 미신이라고 치부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그 속에 사람들의 깊은 심리적 기제가 숨어 있다. 왜 어떤 사람들은 무속에 강하게 이끌릴까? 그 배경에는 단순한 호기심 이상의 심리적 이유가 있다. 이번 글에서는 무속에 심취하는 사람들의 심리적 특징과 그 작동 원리를 살펴보고, 건강한 판단을 위한 시각도 함께 제시한다.

 

1. 무속 신앙에 끌리는 심리적 배경

사실 많은 사람들은 "나는 무속을 믿지 않는다"라고 말하면서도, 연말이나 새해가 되면 재미 삼아 신년운세를 점치거나 타로 카드점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휴대폰 앱에서 간단히 보는 오늘의 운세부터, 친구와 함께 찾는 타로 카페, 동네 점집에서 새해 운세를 보는 장면까지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경험이 직접적인 신앙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무속적 문화와 접촉하는 계기가 되어 심리적 거부감을 낮춘다. 무속 신앙에 대한 관심의 정도는 보통 개인의 성장 과정과 환경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어린 시절부터 가족이나 주변에서 무속과 관련된 이야기나 행위를 자주 접한 경우, 이를 일상적인 문화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크다. 특히 공동체 중심의 사회에서는 무속이 단순한 개인의 신앙이 아니라 집단의 전통과 연결되기도 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예부터 제사, 굿, 점과 같은 문화적 관습이 존재했고, 이런 경험은 사람들의 가치관과 판단 기준에 은연중에 스며들어 있다. 심리학 연구에서도 사회적 학습이 신앙의 형성과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고 했다. 미국 심리학자 '앨버트 반두라'의 '사회학습이론'은 사람들이 직접적인 경험뿐 아니라, 주변인의 행동과 그 결과를 관찰함으로써 새로운 신념과 습관을 형성한다고 설명한다. 무속 역시 주변에서 이를 신뢰하고 의지하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볼 때 더욱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또한 삶과 미래의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무속은 심리적 위안을 주는 대안이 된다. 사람들은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새로운 결정을 앞두고 있을 때 점을 보고 싶어 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불안, 두려움, 갈등 상황에서는 누군가에게 기대고 싶어 하고, "걱정마 넌 잘될 거야"라는 식의 말을 듣고 싶어 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순간에 점쟁이는 일종의 카운슬러처럼 "이렇게 하면 고민하던 문제가 곧 해결될 것이다", "지금보다 앞날이 더 나아질 것이다"와 같은 긍정적인 말을 건네며 위안을 준다. 이때 무속 신앙은 단순한 믿음이 아니라 불안을 덜어주고 마음의 안전지대를 제공하는 심리적 장치로 작동한다.

 

2. 불확실한 상황에서 작동하는 인간의 심리

인간은 본능적으로 불확실성을 싫어하고, 통제 가능한 환경을 원한다. 그러나 현실은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가득하다. 이때 사람들은 통제감을 회복하려는 심리적 기제를 작동시키는데, 그중 하나가 '통제의 환상'이다. 이는 실제로는 우연이나 운에 좌우되는 사건을 마치 자신의 의지나 행동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을 말한다. 예를 들어, 점쟁이가 수험생의 부모에게 원하는 대학교에 합격하려면 부적을 쓰라고 하거나, 취업 준비생에게 좋은 회사에 들어가기 위해 특정 날에만 지원서를 내라고 조언하는 경우가 있다. 어떤 계약을 앞둔 사람에게는 절대 가지 말아야 할 방향을 알려주거나, 특정 성씨를 가진 사람과는 거래를 피하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러한 조언은 실제 성패를 좌우하지 않더라도, 당사자에게는 상황을 통제하고 있다는 심리적 확신을 준다. 문제는 이러한 심리가 반복될수록 현실 검증보다 무속적 조언에 더 의존하게 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마음을 다잡기 위한 보조 수단이었던 것이, 점차 의사결정의 필수 절차처럼 굳어져 버린다. 그 결과 중요한 계약이나 인생의 전환점을 앞두고도, 합리적인 정보 수집과 대안 검토가 늦어지거나 아예 생략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또한 무속 의존이 길어질수록 경제적 부담이 커질 수 있다. 한 번에 큰 금액을 쓰지 않더라도, 부적, 상담, 굿 등의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서 생활비와 투자 여력을 갉아먹는다. 더 심각한 경우에는 조언을 따르느라 실제로 유리했던 기회를 포기하게 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난다. 심리학자 '엘렌 랭어(Ellen Langer)'의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무작위적인 사건에도 패턴을 부여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찾으려는 경향이 있다'라고 말한다. 불확실한 상황일수록 이 경향은 강해지고, 무속적 사고방식이 그 빈틈을 채운다. 하지만 그 패턴 찾기가 과도해지면, 잘못된 상관관계에 매달려 스스로 좋은 선택지를 없애는 역효과를 초래할 수 있다.

 

3. 무속 의존이 가져오는 자율성의 상실

무속 신앙에 반복적으로 의존하게 되면, 처음에는 단순 참고 수준이었던 조언이 점차 모든 판단의 절대적 기준으로 변한다. 중요한 사업, 투자, 진로 결정이나 인간관계 선택은 물론, 오늘 무엇을 할지 같은 사소한 일상의 선택까지도 점괘와 예언적 말에 따라 움직이게 된다. 처음에는 '한 번 들어보는 것'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들어보지 않으면 불안한 상태'로 바뀌는 것이다. 이런 심리적 구조가 굳어지면, 사람의 뇌는 스스로 상황을 분석하고 결론을 내리는 '판단 근육'을 거의 사용하지 않게 된다. 자신의 경험이나 합리적 판단보다 무속적 조언이 우선시 되며, 머릿속에는 '혹시 이걸 어기면 안 좋은 일이 생기지 않을까?'라는 불안과 강박이 자리 잡는다. 그 결과, 겉보기에는 본인이 결정을 내리는 것 같아도 실제로는 외부의 미신적 권위에 의해 움직이는 '허수아비'와 다를 바 없는 상태에 놓이게 된다. 이때 발생하는 문제는 단순히 결정권 상실에 그치지 않는다. 장기적으로는 비판적 사고 능력이 상실되고, 타인의 말에 의심을 품는 건강한 방어 기능마저 줄어든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독립성이 사라져, 중요한 결정 때마다 '누군가에게 물어봐야 한다'는 습관이 굳어진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외부 통제 성향(external locus of control)'이라 부른다. 자신의 삶이 외부 요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믿는 정도가 강할수록, 무력감과 의존성은 커지고 삶의 주도권은 줄어든다. 무속에 깊이 빠진 사람들은 이 성향이 강화되면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을 잃어버리고 남이 만들어 준 길을 걷는 삶에 안주하게 된다. 결국 인생의 선택권을 완전히 잃은 채, 누군가의 말과 지시에만 매달려 살아가는 상황에 처할 수밖에 없다.

 

4. 무속에 흔들리지 않는 판단력과 실행 습관 만들기

무속이 주는 심리적 위안이 전혀 무의미하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지나친 무속 의존은 현실 판단을 흐리고, 결국 삶의 주도권을 잃게 만들 수 있다. 특히 개인 차원에서는 예상치 못한 경제적 부담과 사회적 관계의 손상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크다. 실제로 일부 사람들은 반복적으로 점, 부적, 굿에 큰 비용을 지출하느라 생활비가 부족해지고 그 결과 경제적 파탄에 이르기도 한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 객관적인 지표나 주변 조언보다 점괘에 과도하게 의존하면서 가족과 친구와의 신뢰를 잃고 관계가 무너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행동 원칙과 습관이 필요하다. 첫째, 정보를 객관적으로 검증하고 명확한 결정 기준을 세운다.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점집을 찾고 싶은 욕구가 들거나, 누군가가 미신에 근거한 길일이나 상징적인 날짜를 추천하더라도, 즉시 따르기보다 최소 두 가지 이상의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결혼 날짜를 정할 때는 예식장 예약 가능 여부, 양가 주요 하객의 참석 일정, 예산 계획 등을 먼저 살펴야 한다. 이렇게 하면 주술적 믿음에 따른 날짜 집착에 휘둘리지 않고, 시간과 비용 손해를 줄이며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시점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택일이나 점괘 대신, 객관적이고 실증적인 자료를 판단 기준으로 삼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예를 들어, 이사 날짜를 잡을 때는 이삿짐센터 예약 현황, 이사 비용, 날씨 예보, 이사 소요 시간과 같은 데이터를 우선 확인하는 것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무속적 의례 대신, 내게 실질적인 이익을 주는 효율성과 안전성을 우선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둘째, 자신의 불안을 다루는 구체적인 방법을 준비한다. 사람은 때로 비현실적인 선택임을 알면서도, 불안이 커질수록 무속에 의지하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따라서 중요한 일을 앞두고 불안이 커질 때마다, 이를 줄일 수 있는 현실적이고 구제척인 행동 실천 계획을 상황별로 미리 세워 두는 것이 좋다. 예컨대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무속인의 근거 없는 조언을 듣고 싶은 충동이 생기면, 그 대신 발표 내용을 여러 번 반복해 말해보거나, 친구나 지인 앞에서 실제 상황처럼 리허설을 진행해 보는 것이다. 또, 예상 질문을 미리 뽑아놓고 제한 시간 안에 답하는 훈련을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 이렇게 하면 무속 의존 없이도 자신감을 높이고 불안을 통제할 수 있다. 셋째, 의사결정 기준을 문서화하고 고정 절차를 만든다. 무속에 의해 형성된 감정이나 순간적인 분위기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결정을 내리기 전에 반드시 확인해야 할 항목을 체크리스트로 만들어 두는 것이 좋다. 예를 들어, 사업 계약이나 신규 투자 시점을 결정할 때는 '예산 범위, 실행 가능 시점, 관련 분야 전문가나 컨설팅 기업의 검토와 승인, 법적·행정 절차 충족 여부' 등을 기준으로 설정하고, 각 항목을 체크해 자신이 정한 일정 부분을 만족시킬 때만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런 기준은 결혼, 이사, 시험, 취직, 창업처럼 살면서 겪게 되는 큰 결정뿐 아니라, 여행 날짜를 잡거나 가전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비교적 가벼운 일상의 선택에도 적용할 수 있다. 여기에 의사결정 과정과 결과를 간단히 기록해 두면, 나중에 비슷한 상황에서 참고할 수 있어 판단의 일관성을 높일 수 있다. 이렇게 하면 미신에 근거한 즉흥적인 결정이나 비합리적인 조언에 흔들리지 않고,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선택을 이어갈 수 있다. 심리학자 '토머스 길로비치(Thomas Gilovich)'는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라고 말했다. 무속을 삶에 들이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지만, 그 선택이 삶의 전부가 되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은 스스로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