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줄거리
2. 출연진
3. 감상 포인트
넷플릭스에서 2025년 5월 30일에 공개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 영화 ‘이 별에 필요한’은 배우 김태리와 홍경이 목소리 연기를 맡은 SF 감성 로맨스다. 화성과 지구라는 두 세계를 배경으로, 조용히 스며드는 감정선을 따라가는 독특한 작품이다.
1. 줄거리
2050년, 인류는 지구를 넘어 화성으로 진출하고 있다. '주난영'은 화성 이주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오랜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인물이다. 그녀는 오랜 시간 동안 묵묵히 준비해 왔고, 드디어 새로운 세계로의 첫발을 앞두고 있다. 한편 지구에 남은 제이는 과거 뮤지션이었지만, 현실과 타협한 채 살아가고 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은 남아 있지만, 무대에 설 용기를 잃은 채 일상을 버티고 있다. 두 사람은 우연한 계기로 마주하고, 서로의 삶을 들여다보게 된다. 이야기는 단조롭고 잔잔하게 흐른다. 큰 사건 없이 감정선의 진폭을 따라가며, 대사보다 시선과 공간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룬다. 관객은 이들의 침묵과 표정 속에서 진심을 읽게 된다. 줄거리 자체는 단순하지만, 이 작품의 진짜 매력은 표현 방식에 있다. 감정이 대사를 통해 전달되기보다는, 장면 사이의 정적과 음악, 그리고 시선 처리로 흘러간다. 장면 전환은 매우 느리고 절제되어 있으며, 대사는 필요 최소한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표현 방식은 관객의 몰입을 유도하며 동시에 여운을 남긴다. 특히 두 인물이 함께 있는 장면에서는 음악보다 침묵이 더 큰 역할을 한다. 그 침묵은 오히려 더 많은 의미를 내포하며, 관객이 스스로 감정을 해석하게 만든다. 화성과 지구, 두 공간은 시각적 톤에서 확실히 구분된다. 화성은 밝고 낯설지만 차가운 색감으로, 지구는 어둡고 익숙하지만 따뜻하게 그려진다. 두 공간의 대비는 곧 두 인물의 내면과 연결된다.
2. 출연진
'김태리'는 주인공 '주난영'의 목소리를 연기했다. 난영은 과학자이면서 사고로 지구 귀환에 실패한 엄마의 흔적을 찾기 위해 화성에 가고 싶어 하는 인물로 2050년 4차 화성탐사 프로젝트에 선발된 우주인이다. '홍경'이 목소리를 연기한 '윤제이'는 레트로 음향기기를 수리하면서 뮤지션으로도 활동하는 인물로 난영과 우연한 첫 만남 이후, 난영에게 남겨진 엄마의 유품인 턴테이블을 통해 운명적으로 재회해 사랑을 싹 틔워간다. 두 배우는 단순한 더빙이 아닌, 섬세한 감정선을 담아낸 목소리 연기로 애니메이션 이상의 몰입감을 보여준다. 감정의 여운이 목소리 끝에 맺혀 있어 캐릭터의 현실감을 높여주며, 지친 청춘의 고요한 울림을 차분한 톤으로 풀어낸다. 두 배우 모두 직접 OST에 참여해 캐릭터의 내면을 더욱 깊이 전달한다. 이 작품은 전통적인 애니메이션과는 제작 방식이 다르다. 극 중 실제 연기가 필요한 부분은 실사촬영을 한 뒤, 그 위에 작화를 입히는 방식으로 완성되었다. 실사 기반의 감정을 그래픽으로 옮기는 새로운 접근이 시도되었다. 연출은 '생각보다 맑은' , '아만자', '그 여름' 등의 애니메이션 작품을 꾸준히 만들며 실력을 인정받은 한지원 감독이다.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연출이 인상 깊은 감독이다. 작품 전체의 호흡을 정적으로 유지하면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는다.
3. 감상 포인트
이 작품의 가장 큰 강점은 영상미에 있다. 서울과 화성이라는 두 배경은 시각적으로 극명하게 대비되면서도 조화를 이룬다. 배경의 디테일과 색채는 감정선과 맞물려 섬세한 감성을 전한다. 흡사 90년대 일본의 2D 애니메이션 화풍이 레트로 느낌을 주면서도, 세련된 한국적인 화장법이나 옷차림 등 생동감 있는 한국적인 선과 디테일이 작품의 독특한 스타일을 완성하며 그림체의 섬세함이 감정의 매개체로 기능한다. 극 중 OST는 감정의 흐름을 돕는 중요한 장치로 작동하며 몰입을 높인다. KATE KIM, 김다니엘, CIFIKA, 존박 등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음악은 작품의 분위기를 더한다. 스토리는 정적인 흐름 속에 관객의 해석을 유도한다. 드라마틱한 반전이나 극적 전개 대신, 인물의 일상과 감정에 집중한다. 그만큼 여운은 길고, 감정의 결은 깊다. '이 별에 필요한'은 장르적 경계를 허문 작품이다. 로맨스, SF, 드라마의 요소가 섞여 있지만, 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고 고유한 색채를 유지한다. 이 덕분에 장르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관객층이 감상할 수 있다. 감독은 이야기의 복잡성을 줄이는 대신 감정의 농도를 짙게 했다. 사건보다는 정서, 설명보다는 여운, 전개보다는 공감에 집중한다. 이러한 서사 전략은 쉽게 소비되지 않는, 오래 남는 이야기를 만드는 데 성공한다. 넷플릭스가 이 작품을 선택한 이유도 명확하다. 흔한 구조, 자극적인 장면 없이도 진정성을 담아낼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가능성을 증명한 셈이다. 이는 앞으로 한국 애니메이션의 방향성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이 별에 필요한'은 결국, 말하지 못한 감정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화려한 장면보다 잔잔한 감정선, 복잡한 사건보다 단순한 진심이 중심이 되는 작품이다. 그렇기에 마지막 장면에서 전해지는 정서는 더 오래 가슴에 남는다. 이 작품은 빠르게 지나가는 이미지의 시대에, 한 장면에 오래 머무는 법을 상기시킨다. 그 장면 안에 감정을 담고, 음악을 얹고, 관객의 해석을 기다리는 방식은 단순하지만 깊다. 특히 침묵을 다루는 방식이 인상적이다. 보통은 공백을 피하려 하지만, 이 영화는 침묵을 의도적으로 배치하여 그 자체로 의미를 전달하는 도구로 활용한다. 관객이 작품과 관계 맺는 방식도 다르다. 보는 사람이 감정의 주체가 되어 스토리를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을 스스로 완성해야 한다. 이런 방식은 단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다. 익숙한 서사를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답답하거나 난해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정의 결을 느끼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오히려 깊고 정제된 경험을 제공한다. 이 별에 필요한은 애니메이션의 기술적 완성도보다는 감정의 섬세함에 집중한 드문 사례이다. 이로 인해 폭넓은 호응을 얻지는 못했지만, 확실한 정체성과 방향성을 보여줬다. 전체적으로 본다면, 이 작품은 SF의 외피를 썼지만 감정의 시간 속에서 만들어진 서정적 드라마이다. 소리, 이미지, 말, 여백의 리듬을 통해 관객의 감정을 조용히 흔드는 독특한 영화이다. 감정을 다룬다는 것은 기술보다 어렵다. 기계적인 완성도는 수치로 판단할 수 있지만, 감정은 보는 사람마다 다르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작품은 관객과의 관계를 더욱 신중하게 설계했다. 음악, 대사, 시선, 장면 구성이 모두 하나의 방향을 향한다. 그 방향은 자극이 아니라, 공감과 여운이다. 모든 요소가 인물의 내면과 관객의 감정선을 잇는 다리 역할을 한다. 넷플릭스라는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이 작품이 공개된 것 자체가 의미 있다. 한국 애니메이션의 가능성과 정체성을 동시에 드러냈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히 한 편의 영화로 끝나지 않고, 이후 작품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기준점이 될 것이다. 그 점에서 '이 별에 필요한'은 단순한 감성 영화가 아니라, 감정을 전하는 새로운 방법론을 보여준 애니메이션 작품으로 기억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