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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심리학

가짜뉴스에 흔들리는 판단력, 그 심리 트릭

by spooninfo 2025. 8. 12.

가짜 뉴스 관련 이미지

 

목차

 

1. 가짜뉴스는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속에 스며드는가
2. 뇌가 잘못된 정보를 믿게 되는 인지적 함정
3. 가짜뉴스가 사회와 개인 심리에 남기는 상처
4. 가짜뉴스에 휘둘리지 않는 심리적 면역력 키우기



가짜뉴스는 이제 뉴스의 한 장르처럼 일상 속에 섞여 있다. 정치, 경제, 사회, 연예 등 다양한 분야에서 꾸며진 정보가 퍼지고, 사람들은 이를 사실처럼 받아들이며 행동한다. 이 현상은 단순한 '거짓 정보'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판단과 의사결정 과정을 깊게 흔드는 심리적 작용이 깔려 있다. 왜 우리는 가짜뉴스에 취약하며, 이를 막기 위해 어떤 심리적 훈련이 필요할까?

 

1. 가짜뉴스는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속에 스며드는가

가짜뉴스는 단순한 거짓말과 다르다. 교묘하게 사실의 일부를 섞어 설득력을 높이고, 감정을 강하게 자극하는 문장을 사용한다. '긴급 속보', '충격 고백', '진실 폭로'처럼 즉각적인 반응을 유도하는 표현이 많고, 주로 정치, 사회적 불안이나 분노를 자극하는 주제를 다룬다. 예를 들어 해외에서 유명인의 사망 소식이 가짜뉴스로 퍼진 사례를 보면, 실제 사진과 뉴스 형식을 그대로 사용해 진짜처럼 보이게 만든다. 이러한 접근은 사람들의 주의를 빼앗고, 진위를 확인하기 전에 감정적으로 반응하고 흥분하게 만든다. 심리학적으로 이는 '정서적 감염(emotional contagion)' 현상과 맞닿아 있다. SNS와 메신저를 통한 정보 확산에서는 글이나 이미지가 단순 정보가 아니라 감정 신호로 작용한다. '페이스북'과 '코넬 대학교' 공동 연구에 따르면, 부정적 감정을 담은 게시물은 긍정적 게시물보다 공유 속도가 평균 2배 이상 빠르다. 이는 가짜뉴스 제작자들이 의도적으로 부정적 감정을 자극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또한 가짜뉴스는 '이야기 구조(narrative structure)'를 활용해 신뢰를 높인다.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는 사람들이 복잡한 통계보다 간단한 스토리 형식의 정보를 더 잘 기억하고 신뢰한다고 보고했다. 예컨대 "A라는 정책이 경제를 망친다"라는 문장보다, "작년 겨울, A씨 가족은 그 정책 때문에 가게를 닫았다"라는 구체적 이야기가 더 강한 설득력을 가진다. 정보학자들은 이를 '감정 우선 처리(emotion-first processing)'라고 부른다. 즉, 정보의 논리적 검토보다 감정 반응이 먼저 일어나 판단이 흐려진다는 것이다. 심리학자 '다니엘 카너먼'은 저서 '생각에 관한 생각'에서 "빠른 판단 체계는 직관과 감정을 우선시해 검증 과정을 생략한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뇌는 이미 '사실'이라는 꼬리표를 붙여버려 이후의 반박 정보가 들어와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2. 뇌가 잘못된 정보를 믿게 되는 인지적 함정

뇌는 모든 정보를 동일한 방식으로 처리하지 않는다. 익숙한 정보나 반복적으로 들은 내용은 더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이를 '반복 노출 효과(illusory truth effect)'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부정하고 의심했던 소식도 여러 번 들으면 점점 사실처럼 느껴진다. 스탠퍼드 대학교 심리학 연구팀은 이 효과가 연령, 교육 수준과 무관하게 나타난다고 보고했다. 이 현상은 뇌의 처리 속도와도 관련이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연구소의 fMRI 실험에서, 반복 노출된 정보는 뇌의 측두엽과 전전두엽 사이의 연결이 강화되면서 '처리 용이성(processing fluency)'이 높아진다고 확인했다. 즉 쉽게 처리되는 정보는 뇌가 '더 믿을 만하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은 자신의 기존 신념과 맞는 정보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하는데, 이를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라 한다. 하버드 대학교의 인지신경과학 연구에 따르면, 확증 편향이 강하게 작동할 때 뇌의 전전두엽(논리적 판단 영역)보다 편도체(감정 처리 영역)가 더 활발하게 반응한다. 즉, 논리보다 감정이 신념 유지를 위한 방패 역할을 하는 셈이다. 여기에 '집단 동조 효과'와 '사회적 증거(social proof)'도 가짜뉴스 확산을 돕는다. 심리학자 '로버트 치알디니'는 "사람들은 타인의 행동을 옳음의 증거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에서는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만 소비하는 '에코 체임버 현상'이 발생해 가짜뉴스의 확신을 더욱 강화한다. 마지막으로 '정보 빈도 착각(frequency illusion)'이 작용한다. 특정 정보를 처음 접한 뒤 유사한 내용을 반복적으로 마주하게 되면, 그것이 실제보다 더 흔하고 중요하다고 믿게 된다. 특히 알고리즘 추천 시스템은 사용자의 관심사와 유사한 정보를 계속 노출해 이러한 착각을 심화시킨다.



3. 가짜뉴스가 사회와 개인 심리에 남기는 상처

가짜뉴스의 파급력은 단순히 '잘못된 정보 전달'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회적으로는 특정 집단에 대한 불신과 혐오를 키우고, 정치적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2021년 WHO 보고서는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가짜뉴스가 방역 수칙 준수율을 낮추고, 백신 거부 확산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특히 가짜뉴스는 '차별'과 '혐오'를 먹이로 삼아 더 빠르고 강하게 퍼진다. 특정 민족, 종교, 성별, 정치 성향에 대한 왜곡된 정보는 공포와 분노를 부추기며, 사람들을 단순한 '의견 차이'가 아닌 '적대 관계'로 몰아간다. 이 과정에서 지역 사회, 직장, 온라인 커뮤니티 등 작은 단위의 공동체조차 편을 가르고 내부 갈등을 키운다. 영국 '옥스퍼드 인터넷 연구소(Oxford Internet Institute)'는 이를 '정보 무기화(weaponization of information)'라고 표현한다. 가짜뉴스가 단순한 오해가 아니라, 의도적으로 사회 집단을 분열시키는 전략적 도구로 쓰이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탈진실(post-truth) 시대'의 대표적 특징이기도 하다. 객관적 사실과 과학적 증거가 있어도, 이미 신념에 사로잡힌 사람들은 이를 거부하고 오히려 자신들의 믿음을 강화하는 정보를 적극적으로 찾는다. 그 결과, 가짜뉴스에 매몰된 개인과 집단은 점점 더 폐쇄적인 정보 환경 속에 갇히게 되고, 외부의 반대 의견은 '적의 선전'으로 간주한다. 심리학적으로는 이것이 '인지적 폐쇄(cognitive closure)' 상태다. 미국 심리학회(APA)는 이런 상태의 사람들은 논리적 토론보다는 공격적 언행과 맹목적 집단행동에 더 쉽게 참여한다고 분석한다. 온라인에서는 이런 광신성이 '집단 린치'나 '디지털 마녀사냥'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렇게 형성된 집단의 결속은 매우 강하지만, 그것이 공유하는 토대가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사회 전반에 장기적인 불신과 적대감을 남긴다. 결국 가짜뉴스는 단순한 정보 왜곡을 넘어, 개인의 판단력을 무너뜨리고, 나아가 사회적 신뢰마저 파괴하는 광범위하고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한다.



4. 가짜뉴스에 휘둘리지 않는 심리적 면역력 키우기

가짜뉴스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는 단순한 주의가 아니라 '훈련된 정보 소비 습관'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심리적 방어 전략을 실생활에 적용할 수 있다. 첫째, 다단계 정보 검증 습관을 들인다. 뉴스의 출처, 최초 보도 시점, 복수 매체 보도 여부, 원문·원출처 확인까지 최소 4단계 필터를 거친다. 예를 들어 출처가 불분명하다면 무턱대고 정보를 소비하거나 신뢰하지 말고, 이 단계에서 이미 경고 신호를 인식하도록 훈련한다. 둘째, 인지 부하 줄이기를 실천한다. 하루 동안 접하는 뉴스량을 제한하고, 동일한 주제를 다루는 기사라도 최대 3개까지만 읽는 식이다. 이는 뇌의 정보 과부하를 방지하고, 반복 노출 효과로 인한 신뢰 형성을 줄인다. 셋째, 비판적 질문 루틴을 만든다. 뉴스나 SNS 글을 읽을 때 "이 주장에 반대되는 증거는 무엇일까?", "이 정보로 누가 이익을 보는가?"라는 질문을 자동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것이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교 연구에 따르면, 이러한 질문 습관을 가진 사람은 가짜뉴스를 사실로 받아들일 확률이 25% 이상 낮았다. 넷째, 다양한 관점 노출 훈련을 한다. 자신과 다른 의견의 매체를 주 1~2회 정기적으로 읽으며, 뇌가 한쪽 방향으로만 생각하지 않도록 한다. 이는 전전두엽 활성화를 유도해 감정 편향을 완화하고 논리적 판단 능력을 강화한다. 마지막으로 독서를 통한 맥락 이해력 향상도 가짜뉴스에 대한 면역력을 키우는데 효과적이다. 깊이 있는 책을 읽는 과정은 표면적인 뉴스에 매몰되지 않고, 그 이면의 맥락과 구조를 독해하는 훈련이 된다. 특히 인문 역사서나 사회과학 서적처럼 한 주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한 책은, 현재의 뉴스와 사건을 더 넓은 틀에서 이해하도록 돕는다. 심리학자 '메리앤 울프(Maryanne Wolf)'는 "깊이 읽기는 단순한 정보 습득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와 공감 능력을 함께 발달시키는 뇌 훈련"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가짜뉴스에 맞서는 힘은 거창한 기술이나 복잡한 이론에서 나오지 않는다. 잠시 멈춰서 "이게 정말 사실일까?"라는 한 번의 질문을 던지는 것, 그리고 서로 다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습관이 우리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 진실을 찾는 과정이 불편할 수 있지만, 그 불편함 속에서 우리는 더 깊고 다양한 시야와 건강한 판단력을 얻게 될 것이다.